진주를 맛보다 – 진주헛제삿밥 조선시대 선비들의 따뜻한 마음을 담다

Vol.04 2024 Spring

진주를 맛보다

사계절을 담아낸 진주 헛제삿밥

헛제사밥의 유례는 지역마다 여러 가지가 전해진다.
헛제삿밥이 전해진 곳은 유교 문화가 강했던 영남의 진주시와 안동시, 대구 정도이다.
지금부터 진주 헛제삿밥에 대해서 알아보자.

각 가정의 풍습에 따라 달라지는 헛제삿밥

제사상에 올릴 음식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귀한 음식을 준비해 올렸다.

각 가정의 풍습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각종 나물과 전, 생선, 탕국 및 과일로 한 상을 가득 차려 놓는다. 예전과 비교하면 간소해진 경향이 있지만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가구당 평균 30만 원에 달했다. 제사 음식 준비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한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음식 세리머니이다. 좋은 재료를 준비해 정성 들여 만든 제삿밥은 양반가의 전통 음식과 일맥상통한다.

유생들의 지혜,
백성을 향한 연민

제삿날이 아님에도 제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제삿밥과 똑같은 음식을 마련하여 먹는 ‘헛제삿밥’이다.
헛제삿밥은 참되지 않다는 접두사 ‘헛’과 ‘제삿밥’의 합성어로 그 의미 그대로 ‘가짜 제삿밥’을 말한다.

헛제삿밥의 유례

헛제삿밥의 유례는 지역마다 여러 가지가 전해진다. 그중에서도 밤늦도록 학문에 매진하던 유생들이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 헛제삿밥을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음식 냄새가 집 밖으로 흘러 굶주린 백성이 냄새를 맡게 될 것을 생각하니 양심에 걸려 그럴듯한 핑계를 댄 것이다.

이웃을 불러 함께 나누어 먹기도 했다니, 헛제삿밥은 식욕이라는 인간의 본능과 백성에 대한 연민이 만들어 낸 음식 문화라 할 수 있다.

진주 헛제삿밥의 백미 : 나물비빔밥

진주시는 지리산과 남해가 가까워 산해진미로 가득해 한 상차림에 다채로운 식재료가 들어간다.

한 상차림에 오른 지리산과 남해

헛제삿밥이 전해진 곳은 유교 문화가 강했던 영남의 진주시와 안동시, 대구 정도이다. 진주 헛제삿밥은 기제사 제물인 제음(祭飮)과 제탕(祭湯), 숙채(熟菜), 생과(生果) 등으로 구성된다. 계절 나물은 숙채로 나온다. 숙채는 말린 나물을 끓는 물에 데친 다음에 양념하는 조리법이다.
진주시는 지리산과 남해가 가까워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안동시는 내륙의 특성상 간고등어나 상어 고기를 절인 돔배기를 사용했지만, 진주시는 조기나 민어, 돔, 서대를 주로 올렸다.

진주 헛제삿밥의 백미는 나물비빔밥이다. 콩나물과 숙주, 고사리, 도라지, 무, 시금치, 미역 등의 숙채가 담긴 놋그릇에 밥을 비벼 낸다. 제삿날 음식을 준비한 아낙들이 나물비빔밥을 고집하는 것도 먹는 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후식으로 조선시대에 제일이라 알려졌던 진주 유과와 식혜로 입가심하면 된다.

진주교방음식과 함께
진주 4대 음식

대를 이어 가는 맛

최상의 재료에 정성까지 더해 버무려 내놓는 진주 헛제삿밥은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 진주교방음식과 함께 ‘진주 4대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전의 명성과는 달리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1960~1970년대 진주시에는 헛제삿밥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즐비했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풍족해진 까닭인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여 현재 남아 있는 곳은 금산면의 ‘진주 헛제삿밥’이 유일하다.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인회로부터 진주 헛제삿밥 명인으로 인정받은 이명덕(72) 대표는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 운영해 왔다. 지금은 아들 대로 이어져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진주교방음식과 함께
진주 4대 음식

사계절을 담는 그릇, 세상의 모든 재료

이명덕 명인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진주 헛제삿밥을 재현하고 있다. 나물은 간장과 참기름, 참깨로 버무려 씹을수록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 육전과 호박전, 명태전 등의 모둠전은 종갓집에서 내놓는 음식을 빼닮았다. 쇠고기에서 해산물까지 각종 재료가 들어간 탕국은 3시간 이상 끓여 깊은 맛을 낸다.
헛제삿밥은 차림대로 먹어도 좋지만 더 맛있게 먹는 비법이 있다. 이명덕 명인은 “밥과 나물을 탕국에 곁들여 간장으로 비비면 진주 헛제삿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유생들이 밤늦게 식탐을 부렸던 역사적 배경까지 떠올려 덧붙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금산면 월아산로 1296-6​

문의

055-761-7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