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말하다 – 이미연 한지공예가 다시 태어나는 전통한지와 빛나는 진주 콜라보

Vol.04 2024 Spring

진주를 말하다

종이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紙一千年 絹五百)’

조선 후기의 문신 신위(申緯)가 남긴 말을 되새겨 보며
한지의 우수성과 한지로 만든 작품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한겹 한겹 더할 때마다 작품의 깊이가 더해지는 한지공예한국의 미세계에 알리다

유네스코 창의 도시인 진주시의 공예가들이 전통 한지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계승하기 위해 의미 있는 콜라보를 진행했다.

2024년도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리빙 인테리어 박람회, 춘계 메종 오브제 파리에 출품해 한국 수공예(K-Craft)의 세계화를 선도하며 호평과 함께 한국 전통 공예의 발자취를 다시 쓰고 있다.

한지공예가 이미연 작가를
만나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지공예로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고 있는 한지공예가 이미연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와 전통 공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한지로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대학 재학 중에 작품을 전시한 대학 미전이나 졸업 작품 준비를 하면서 전시회를 많이 다녀 본 결과 현대 디자인을 공부하며 배운 디자인 요소가 전통 공예에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전통 공예에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또 한지에는 따뜻한 느낌이 있고 그 색을 다양하게 원하는 대로 구사할 수가 있거든요. 한지공예로 일상의 작은 생활용품부터 가구까지 전부 만들 수 있습니다. 전통 공예인 한지를 사용해 현대적 디자인의 생활용품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여 만들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2언제부터 한지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한지공예는 1991년도에 시작해 거의 3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했거든요. 대학을 졸업한 뒤에 기업체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다가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본격적으로 한지공예를 시작했습니다.

3주로 어디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으시나요?

오래된 나뭇결, 청화백자 등에서 영감을 얻다

전통 공예이다 보니, 기존에 내려오는 어떤 기법이나 정형화된 형태가 있습니다. 전통을 그대로 전승해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법을 적용해 오래된 나뭇결에서 영감을 얻어 그러한 이미지의 작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란색 그림이 그려져 있는 청화백자 이미지를 유독 좋아해서 이와 유사한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데 영감을 많이 얻고 있습니다.

4작품을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얼마나 잡으시나요?

한지공예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한지공예도 처음에는 어떤 이미지를 잡아 작품 구상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보통 생활용품은 기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도면을 도형으로 그려서 잘라내어 형태를 만들고 한지를 여러 겹 덧붙여 형태를 완성한 다음에 그 위에 문양을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고 장식한 뒤에 완성합니다.
한지를 여러 겹 붙이고 건조한 뒤에 또 붙이고 건조하기를 반복합니다. 이처럼 반복 작업을 해야 하므로 작은 크기의 작품은 2주일 정도 걸리고 크기가 큰 작품은 두세 달까지도 소요됩니다.

5작품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운 점이 있나요?

전통 공예 작품인 까닭에 생산성이 크지 않고 완성된 작품의 판매도 실제로 많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계속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지 공예품을 좋아하는 분도 많고, 한지공예 작품을 보면서 마음의 고향을 찾은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6메종 오브제 파리는
어떤 박람회인가요?

메종 오브제 파리는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가구, 가정용품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홈데코, 리빙 인테리어 박람회로 매년 1월과 9월에 개최되고 있습니다. 171개국에서 13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행사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박람회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는데 리빙 인테리어 위주의 전시회로 어떤 새로운 소재와 주제 그리고 새로운 기법 위주로 독특하고 특별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의 유행이 결정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리빙 인테리어 박람회입니다.

이번 춘계 메종 오브제 파리는 한지를 주제로 한 콜라보 작품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홍보관에 참여했습니다. 진주시 공예가가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7젊은 작가들과 콜라보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이 있었나요?

계속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작품을 이어오다 보니 작업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지체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젊은 목공예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협업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목공예 작가들은 목공예 부분을 담당하고, 저는 한지공예 부분을 작업해 하나의 테이블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디자인을 받아 작업하면서 굉장히 설레었습니다. 목공예 작가들이 젊은 탓에 새로운 생각을 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신선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으로 좋은데 작품의 한지 부분에 적용할 기법을 몰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제가 맡고 함께 작업하게 되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인상적인 작업이었죠.

8프랑스 메종 오브제 파리 박람회
당시 현지 반응은 어땠나요?

전해 들었는데 굉장히 신선하고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외국에는 한지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사실 작품 재료로 한지가 굉장히 좋은 소재입니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한지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그래서 한지가 앞으로 한국 수공예(K-Craft)의 전 세계적 확장에 이바지하는 재료로 주목받기를 기대합니다.

9전통 공예를 계속 지키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니,
사명을 다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요. 진주시는 한지공예의 고장이자 목공예의 고장이잖아요. 한지공예 작가와 마찬가지로 목공예 작가분들도 연세가 많으시고 연로하셔서 작품 활동을 중단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는 상대적으로 비율이 너무 낮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한지공예와 목공예 전승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수강생 대상으로 교육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체 수업도 많았고 단체 수업 수강생도 많은 경우 20~30명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강생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제가 여성회관 등에 출강하는데 요즘은 수강생이 5~1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관심을 받기 위한 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층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10작업하시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최근 매종 오브제 파리 박람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에 굉장히 영광스러운 마음이고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전승공예대전 등에서 제 작품을 인정하고 수상받았을 때 전통 공예에 진력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 강의를 수강하러 오시는 분들이 한 작품 한 작품 만들어 완성하면서 기뻐하는 모습과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좋습니다.

11공예 도시 진주시가
앞으로 전통 공예에 어떤 지원을 하기를 기대하나요?

전통 공예를 하시는 작가분들이 마음 놓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12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전통 공예에 관심을 두는 연령층은 아무래도 중장년층 여성입니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적습니다. 앞으로는 젊은이들도 관심을 가지도록 좀 더 노력하는 일환으로 젊은이들이 소장하기를 원하고 향유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진양호로 531 다예랑 한지공예연구회

문의

055-746-3141